갑작스레 영하로 떨어지는 강추위 날씨. 가뜩이나 주행거리도 줄어드는데 충전 속도까지 느려져 고민이시라고요? 날씨에 따라 충전 속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하면 좋을지에 대해 하나하나 정리해봤습니다. 오늘 체인라이트닝이 준비한 콘텐츠는, ‘영하 날씨, 전기차 충전에 어떤 영향을 줄까?’입니다.
온도에 따른 충전 속도 변화, 원인은?
날씨가 추워지면 전기차 충전 속도가 왜 줄어드는 걸까요?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충전 속도가 늦어지는 이유는 전기차를 동작시키는 ‘리튬 이온 배터리’ 때문입니다. 전기차 대부분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리튬 이온 배터리 안의 구조를 보면 분리막 사이를 리튬 이온이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충전됩니다. 그런데 한겨울에 기온이 떨어지면 전해질이 굳어 리튬이온의 이동이 둔해집니다. 리튬이온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배터리 내부의 저항이 낮아야 충전이 잘 되는데, 겨울철에는 저항이 증가하여 리튬이온의 활동성이 떨어지게 되죠. 리튬이온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충전이 원활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충전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겨울철 주행거리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처럼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온도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하 날씨에 충전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배터리 셀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충전 속도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뿐만 아니라 추운 지역에서 전기차를 운행할 때 작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기 자동차의 소프트웨어가 저온 상태를 인지하고 충전 전력을 감소시켜서 배터리에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다고 하네요.(출처 : Empirical analysis of electric vehicle fast charging under cold temperatures, Energy Policy, Volume 122, November 2018, Pages 162-168)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충전속도, 그 차이는 얼마나?
그렇다면 온도에 따라 전기차 충전 속도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까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온도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많이 알려져있던 사실이라, 온도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사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 사례를 하나 가져와봤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볼까요?
온도별 급속 충전 시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 (출처 : Renault)
위 그래프는 온도에 따라 급속 충전을 통해 충전 100% 상태에 도달하는 시간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영하의 온도 범위까지 비교한 그래프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똑같이 급속 충전을 해도 온도에 따라 완충 상태에 도달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였습니다.
위 그래프에는 온도에 따른 전기차 충전 파워(kW)와 충전 시간(초), SOC(State of Charge : 배터리의 잔존 용량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을 전체 용량으로 나누어 백분율(%)로 표현한 값) 변화가 표현돼있습니다. 그래프에 나타난 결과에서 주황색 그래프 라인(40°C)과 파란색 그래프 라인(5°C)을 한 번 볼까요. 급속 충전을 했을 때, 40°C 에서는 3,600초(1시간) 이내에 완전히 충전되고, 5°C에서 5,400초(1.5시간) 이내에 100% 충전됐습니다. 온도에 따라 충전 시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지요.
영하의 온도가 전기차 충전 속도에 어떠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내용은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영하의 온도가 배터리에 영향을 주어 주행거리를 달라지게한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로 간접적으로 영향 정도를 추론해볼 수 있기에 대체 요법(?)으로 연구를 가져와봤습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아마 전기차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공부하고 계신 유저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수 있는 그래프인데요. 위 그래프는 주어진 온도에서 전기차의 ‘정격 범위’를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전기차가 얻을 수 있는 주행거리 범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로축에는 온도가 표시돼있고, 세로축에는 ‘Real-world range divided by rated range(이하 Rrd)’가 나와있습니다. Rrd는 자동차가 주행할 수 있는 주행거리에 대한 실제 주행 조건에서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Rrd 백분율이 낮을수록 자동차가 실제 주행할 때 정격 범위를 달성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영하 20도부터 영상 40도까지 온도에 따라 Rrd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했는데요. Rrd가 약 110%를 달성하는 최적의 온도 범위는 20~25°C인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충전이 가장 잘 되는 적정 온도 역시 20~25°C라고 알려져있지요. 전기차의 주행 성능, 배터리의 충전 성능은 이 적정 온도 범위에서 가장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사실 추운 겨울철 전기차 충전이 잘 되지 않는 현상만 보면, 온도가 따뜻할수록 전기차 충전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연구결과를 보면 너무 고온이어도 전기차의 성능이 좋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정 온도인 20~25°C를 위든 아래든 일단 벗어나면, 즉 고온이든 저온이든 전기차의 성능에는 악영향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전기차 충전 속도 감소 예방 가이드
그렇다면 겨울철 전기차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겨울철 전기차의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는 예방 가이드입니다.
[1] 배터리를 예열하세요
많은 전기차 모델들은 운전자가 실질적으로 주행을 시작하기 전에 자동차 배터리를 예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배터리를 예열하면 전기차가 작동에 최적화된 온도에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배터리 가열을 우선하여 작동하지요. 다시 말해 충전하는 동안 전원이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터리를 예열해 강추위 날씨에 대비한다면 전기차 충전뿐 아니라 주행에도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됩니다.
[2] 잠시 대기 후 충전을 시작하세요
전기차 배터리를 예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지요. 이런 경우에는 전기차의 온도가 최소한 ‘미지근한’ 정도까지는 잠시 대기했다가 어느 정도 온도가 올라가면 충전을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기차의 온도가 조금 상승한 상태에서 충전을 시작하면 배터리가 훨씬 빠르게 충전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어떻게 전기차의 온도를 올리냐고요? 전기차가 가속 주행을 하게 되면 전기차의 온도가 빨리 상승할 수 있는데요. 참고만 하시되 가속 주행을 추천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운전에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3] 실내에 주차하세요
실내 주차장과 실외 주차장은 보통 2-6°C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좀 더 따뜻한 환경에 주차를 한다면 배터리가 식지 않고 가열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주차뿐 아니라 야외에서 충전을 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충전을 하는 게 훨씬 좋겠지요.
사실 실내와 실외 주차장의 온도차는 위치, 환기, 단열, 시간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온도 차이라고 단정짓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실내 주차장은 지붕과 벽이 제공하는 요소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에 실외 주차장보다 약간 따뜻한 경향이 있다고하니 참고하세요. 또 같은 실내 주차장이더라도 지하 주차장의 층수가 땅속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따뜻하다고 하네요.
걱정 없이 충전할 미래? 배터리 신기술 동향
겨울철 때마다 전기차 충전 효율과 주행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날, 언제 올까요? 겨울 철마다 찾아오는 우리의 고민해줄 기술, ‘전고체 배터리’의 연구 및 개발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지를 말합니다. 현재 대부분 전기차에 도입돼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 저하 문제, 화재에 대한 취약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키를 가진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지요.
안전성 뿐만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는 성능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하다고 하는데요.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으로 ▲고출력 ▲고밀도 ▲넓은 사용 온도 ▲단순한 전지 구조 등을 흔히 말하곤 합니다. 0℃ 이하의 저온이나 60~100℃ 고온에서 액체전해질보다 전도 성능이 향상된다고 하네요.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유망 기술로서 현재 다양한 고체전해질 물질의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는 걸까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국내 학계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두고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은 모두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이유로 전망을 다르게 보고 있는지, 그 주장들과 상용화 예상 시기를 정리해봤습니다.
비관적 전망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3회 무역산업포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상용화 고비를 못 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최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라고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기본적 내구성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2년 반 점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1000사이클(충방전)을 보고해 전세계 관심을 받았는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실온에서 구동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교수의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장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센터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주 목표로 설립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 교수가 이런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유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 교수의 발언이 현대차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정리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겠지만, 현대차그룹 내부에 최 교수를 비롯해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하는 의견은 비단 최 교수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배터리산업의날 행사에서 산업포장을 받은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셀선행개발센터장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소재 개발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각보다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쉽지 않다”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낙관적 전망
삼성SDI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라인을 구축한 기업입니다. 최익규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해 4월 ‘배터리데이 2022’ 포럼에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로 기술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지요.
포스코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해서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배터리 시장 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연구개발 초기단계지만, 향후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 ASTI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규모는 2020년 약6160만 달러에서 연평균 34.2%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 2027년 약 4억 8250만 달러의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연구계 등의 연이은 비관적인 전망에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국내 유수 기업들의 연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구성에 따라 그 종류와 유형이 세부적으로 구분되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미 삼성종합기술원에서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SK온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개발하고 있는데요, SK온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30년 목표로 달리고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좀 더 편리한 전기차 라이프를 만들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날이 기다려지는데요. 체인라이트닝은 전기차 유저 분들의 똑똑하고 편리한 전기차 라이프를 지원하기 위해 한 발 먼저 미래를 내다보며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