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뭘까요? 바로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전체 가격 중 30~40%를 차지합니다. 전기차의 구매 가격이 내연차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까닭은 ‘배터리’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발표되면서, 1000만원 대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거라는데요. 전기차 가격은 낮아지고, 환경에는 더욱 이로운 배터리 구독 서비스, 함께 알아봅시다.
국토부, 배터리 구독 모델 발표
지난 8월, 정부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허용하는 규제 개선안을 의결했습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시행해 실질적인 전기차 구매 가격을 낮추고 전기차 보급 확산에 속도를 더한 것입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행되면 소비자가 구매해야 했던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만큼의 부담이 덜어지게 됩니다. 앞서 살펴봤듯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40%에 해당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비용이 빠지는 만큼, 실질적인 전기차 구매 가격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죠. 실제로 구독 서비스가 시행됐을 때, 구독료 등이 명확하게 산정돼봐야 알겠지만, 현재 언론 등 보도에 따르면 지금 수준보다 2000만원 정도 전기차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행되려면 우선 법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현행 자동차등록령에 따르면 자동차등록원부에 자동차 소유권과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하여 등록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는 A씨가 소유하고 있는데, A씨가 타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B씨가 소유할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소유자 외에 제3자가 배터리 소유권을 보유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배터리 구독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자동차와 배터리의 소유주가 달라도 자동차 등록원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점 1 : 전기차 가격이 1000만원 대?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행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들이 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은 전기차 구매 가격이 싸진다는 겁니다. 국토부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기준에서 2000만원가량 저렴하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기아 니로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니로의 판매가격은 4530만원입니다. 여기에서 보조금을 적용하여 현재 구매한다면 3530만원 정도에 실구매가가 형성됩니다. 만약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행된다면, 이 가격에서 배터리 가격이 더 빠지게 됩니다. 2100만원가량의 배터리 가격이 차감되면 1430만원에 니로를 구매할 수 있게 되지요.
단순히 배터리 가격을 차감한 값으로만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배터리 구독료가 새로 추가되기 때문이지요. 아직 배터리 구독료를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게될지는 명확하게 결정된 사항이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초 배터리 가격에서 사용 후 잔존 가치 가격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반영 후 구독 개월로 나눈 월 사용료를 지불하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배터리 최초 가격이 3천만원이고, 사용 후 잔존 가치 가격이 1천만원이라면 사용분은 2천만원이겠지요. 수수료가 얼마로 책정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2천만원 사용분을 60개월(5년)로 구독한다면 한 달에 33만원~40만원 선으로 월 구독료가 산정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구독료와 수수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할 부분입니다.
이점 2 : 내 전기차의 친환경성 level-up!
그동안 전기차는 ‘진정 친환경적이냐’는 질문 앞에 자주 놓여왔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 ‘배터리’에 있었습니다. 제조 단계를 거치는 모든 상품이 그렇듯,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터리 제조를 위한 원자재를 광산에서 채굴할 때도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야하고,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배터리 생산 시뿐 아니라 배터리를 폐기 처분할 때도 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금속들이 문제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은 산화코발트, 리튬 등이 1% 이상 함유한 전기차 배터리를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폐기할 때 토양 오염 문제를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요. 앞으로 전기차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폐기 처분해야 하는 배터리도 많아지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이슈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폐기 처분해야 하는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자원을 채굴하거나 배터리를 추가 생산해야 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겠지요. 기존에 있는 자원을 다시 활용해 전기차의 수요는 해결하고 친환경성은 제고할 수 있는 해법인 셈입니다.
이점 3 : 한정된 자원 문제 해결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660만 대입니다. 직전 해 대비 2배 상승한 수치입니다. 2020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은 160기가와트시(GWh)로, 직전 해 대비 33% 증가했습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면 자연히 배터리 생산량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문제는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 등 광물 자원은 한정적이라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가는 전기차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이 확보돼야할 텐데, 현실적으로 광물 자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긴 어렵지요. 때문에 세계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자원 확보 전쟁은 계속해서 격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배터리 재활용할 수 있다면 추가적으로 새로운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고, 배터리 광물 확보 전쟁에 동참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비자들도 더 이상 배터리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차량 출고일이 딜레이 되는 일이 줄어들 수 있겠지요.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행된다면 이처럼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세계 곳곳의 움직임
배터리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려는 흐름은 우리 정부만의 움직임은 아닙니다. 배터리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전기차 수요는 급증하면서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구독 모델을 직접 들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일본, 도요타와 닛산
일본은 대표적으로 구독 모델을 빠르게 추진 중인 국가입니다. 도요타는 배터리 원자재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중고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독 모델을 전략적으로 선택했습니다. 머지않아 닥칠 배터리 공급난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이지요.
닛산은 전기차 자체를 구독 방식으로 임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닛산은 스미토모 코퍼레이션과의 합작회사 4R을 통해 전기차 임대 및 구독 비즈니스를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전기차에 대한 소유권은 닛산과 합작회사에 남아있고, 소비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계약기간 통한 전기차를 빌려타는 방식이지요.
독일, 벤츠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벤츠도 전기차 구독 모델을 계획 중입니다. 전기차를 구독하여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험비·유비 보수비·도로세·등록세를 대납해주고 타이어도 정기적으로 교체해주며, 실질적으로 ‘구독’ 서비스의 이점을 대폭 높였습니다. 한 번 구매하면 끝인 전기차가 아니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내 전기차를 관리해준다는 컨셉을 제시해 ‘구독 시장’에서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지요.
전기차 가격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배터리 자원 확보 문제를 해결해 제조사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적으로는 환경 오염 문제도 해결하는 1석3조의 배터리 구독 모델. 관련 제도 정비가 잘 마무리되어 안정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겠습니다.